시원스쿨 러시아어

알면 알수록 양파 같고, 진하게 우려낸 사골 육수 같은 나라라고 할까요? 문학 작품이나 발레, 음악, 연극, 영화 등 예술, 우주과학 분야에서 이미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깊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지요.

지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 걸쳐 있는 러시아는 유럽의 배경을 가졌지만 영혼은 아시아에 더 가깝다는 사실은 정말 매력적이예요. 또 러시아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나라죠. 제가 처음 경험한 2004년의 모스크바는 인터넷도 하기 어렵고 모든 것이 아날로그라 답답했는데, 불과 몇 년 사이 정보통신이 급속히 발전해 무선 인터넷이 대중화되었어요. 한국보다 택시 앱도 먼저 사용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흡수력이 엄청나서 놀라웠죠. 매년 모스크바를 방문할 때마다 변화하는 모습이 눈에 띌 정도로 빨랐고 ‘보통이 아니구나’ 느꼈답니다.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도 빠르게 변화 중이예요.

자유여행 때는 1박 야간열차는 이동 수단으로 여러 번 타봤어요. 하룻밤 정도는
호기심을 채워 주기 충분하죠. 그런데 열차 여행 일정이 더 길어진다면 누구와 함께
하느냐 따라 평이 크게 갈릴 것 같아요.

같은 여행을 했어도 어떤 사람은 말동무도, 할 일도 없어 지루하게 보냈는가 하면, 어떤
사람은 열차 이웃을 잘 만나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냈을 수 있죠.
제가 시베리아 횡단열차 완주를 한 건 외교부와 코레일이 주관한 ‘유라시아 친선 특급’
국민 원정대 참여했던 2015년이 처음이었어요. 열차를 타더라도 조금은 더 특별하게
완주하고 싶었던 마음에 당시 회사에 장장 3주 휴가를 내고 열차에 올랐죠!

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모스크바를 거쳐 베를린까지 가는 여정이었는데, 생각보다
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.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과 마음이
잘 맞아 매일 이야기하며 놀다 보면 다음 날이더라고요. 열차 생활이 처음에는 비좁은
공간에 답답했지만, 서로 양보해가며 지내 금방 적응했어요.
적당한 열차의 움직임으로 생각보다 잠도 잘 왔고, 열차 안에서 머리 감는 법도 스스로
터득했고, 잠시 정차한 열차에서 내려서 밟는 땅은 신선했어요. 달리는 열차 안에서
먹통이 된 휴대폰에 세상과의 단절이 오히려 홀가분하기도 했죠.

이처럼 아날로그에 원시적인 열차 생활을 하면서 나와 타인에 대한 생각,
그리고 현실로 무뎌졌던 제 감정을 돌아보게 된 시간이었어요.

러시아는 멀다, 사계절이 춥다, 러시아 사람들은 무섭다, 술을 많이 마신다, 곰을 애완동물로 키운다, 백인만 있다 등 정말 다양한 편견들을 가지고 계신
것 같아요. 이런 오해나 편견들은 러시아에 대해 잘 몰라서 당연시되는 것들이라고 생각해요.

그럴 때마다 저는 러시아 여행을 다녀와 보기를 추천해요. 가장 가까운 러시아가 비행기 2시간 거리에도 있다는 건 블라디보스토크를 다녀와본
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. 여행을 다녀오면 러시아 사람들이 생각보다 순박하고, 민족도 다양하다는 걸 직접 경험할 거예요.
직접 가기 어렵더라도 요즘에는 유튜브, 팟캐스트, SNS 등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그곳의 진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하니 기회는 많습니다!
저 또한 거기에 기여하고 있고요.